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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기사(동·서가 만난 창조적 맛 !)
등록일
2006-04-12
작성자
하대중
조회수
1277
food up! (퓨전양식)
동·서가 만난 창조적 맛 !



'퓨전요리'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무엇이 오리지널 음식이고, 그것이 어떻게 퓨전화됐는지 잘 모른다. 음식 족보도 모른 채 음식을 즐긴다는 건 음식에 대한 결례다. 이에 하대중 구미1대학 교수(양식), 이보순 대경대 교수(한식), 김현룡 경주대 교수(일식), 박미란 영남대 외식조리학과 강사(중식), 이은정 대구보건대 강사(사찰요리), 김동석 경주대 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와인 전문), 엄태성 파리바게뜨 경주 동국대점 대표를 공동필진으로 21세기 뉴트렌드 음식문화의 현주소를 해부해본다.

(편집자 주)

프랑스 루이 14세(1638~1715) 때 프랑스 요리가 유럽 전체에 파급된다. 요리 붐이 일자 유럽의 각 궁전 귀족들까지도 요리의 전권을 프랑스 사람의 주방장에게 맡길 정도였다. 초기엔 맛보다 시각적으로 화려함이 더 돋보였다.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15가지 음식이 나오는 코스요리가 성행하는 등 음식문화가 너무 사치적이었다. 이걸 혁신한 기념비적 프랑스 조리사가 등장한다. 음식 담아내는 법, 신속한 서비스 법, 영수증을 통한 비용 절감법 등 실질적 양식요리의 기초를 체계화시킨 오귀스트 에스코피에(1847~1935)였다. 그는 나폴레옹의 참패 이후 세계의 중심이 파리에서 런던으로 옮겨간다. 그는 런던에서 생애의 반 이상을 보내는데 아무리 예술적인 데커레이션이라 해도 먹지 못하는 물건은 요리에서 제외했다. 그 당시 만든 'Le Guide Culinaire '란 저서가 있다. 지금도 다른 서적과 비교할 수 없는 양식기본요리서로 각광을 받고 있다.


퓨전음식은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식재료와 조리법 등이 혼합된 음식을 의미한다. 토마토는 원래 신대륙의 것이지만 이것이 16세기 이탈리아로 전해지면서 스파게티 소스로 활용된다. 퓨전음식은 뭔가 색다른 맛과 창조적인 맛을 갈구했던 프런티어 성향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1980년대 미국은 서양의 고열량 음식에 위협받고 있었다. 그래서 신선한 야채를 많이 사용하는 동양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 많이 정착해 있던 중국음식과 일본음식이 양식과 '공조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게 퓨전양식의 출발이다.


얼마 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호텔조리과 학생들을 인솔, 호주 멜버른에 한 달 동안 머문 적이 있다. 하루는 자매대학 교수를 초청해 조촐한 파티음식을 준비했다. 평소 서양음식에 익숙지 않은 동료교수를 위해 소고기 고추장볶음을 내놓았다. 나초 칩(nacho chip·무가당 쿠키의 일종)을 딥(Dip·찍어먹는 소스)에 찍어 드시던 현지교수 한 분이 원더풀을 연발했다. 고추장볶음도 부드럽고 맛있게 만드니 외국인들로부터 찬사를 받을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이게 퓨전요리의 묘미가 아닐까.

- 구미1대학 하대중 교수 -